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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금융소식/금융 트렌드

1400원의 의미와 달라져야 할 투자 전략 "환율의 뉴노멀 시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위기 발발 전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환율은 1,100~1,200원 선이었습니다. 강의할 때 1$=1,000원으로 단순하게 계산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죠. 그런데 조금씩 오르던 환율은 1,400원을 넘어버렸고,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들이 들려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환율 시대, 달러 환율 1,400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런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1,400원 고환율 시대가 의미하는 것

고환율 시대가 의미하는 것을 세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달러가 귀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환율 상승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무제한적으로 돈을 공급하던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시중에 풀린 달러를 회수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돈은 위험한 곳에서 안전한 곳으로,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기 마련인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돈이 안전하고 금리가 높은 달러로 쏠리면서 우리나라에 투자하던 많은 해외자금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심해지면서 달러는 점점 더 귀해져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둘째, 고환율 때문에 한국은행이 고금리 정책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런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지만 문제는 앞으로 한미 금리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올해 2차례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폭보다 미국 연준이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폭이 더 크다면 연말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 차이는 1.001.25%p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금은 더 빠져나가고 국내 주식 시장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환율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 경제는 1998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998(7.5%) 이후 가장 높은 5.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런 물가상승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가계부채 때문에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고 싶어도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2013 4분기(1,019405억원)부터 시작했던 가계부채 ‘1,000조 시대’가 이제 곧 가계부채 ‘2,000조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은이 연준을 따라 계속 금리를 올리면 1,869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수많은 가계들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불어나 심각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 위험도 커집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달러가 빠져나가고 금리를 올리면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 고금리 때문에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계부채 이자 부담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밀가루를 포함한 식품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점심 한끼 가격이 오르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절약 모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기 위축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환율 시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고환율 시대가 마감되려면 환율이 오르는 상황이 마무리가 되어야겠죠. 미국 금리 인하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입니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금리가 4.4%까지 오르고, 내년에는 4.6%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분명한 증거를 볼 때까지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그리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의 탈세계화 정책, 공급 병목 현상 해소 지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급격한 물가상승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사정도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는 올라가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침체,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무역적자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말까지는 고환율 시대가 지속될 것이고,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환율이 안정되어 갈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떤 투자 전략이 필요할까?

달러 외 모든 자산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주식도 채권도 금도 모두 좋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어떤 투자 전략이 필요할까요?
투자에 대해 단기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은 지금을 쉬어가야 할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내년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도 단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달러 자산을 사는 것도 이미 환율이 많이 올라버린 상황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현금 자산을 보유하면서 시장이 바닥을 찍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시장이 고점에 있을 때 이들은 계속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과 다른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금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금리 인상이 중단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그때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투자는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투자는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계속 쌓아가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투자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마음은 무섭지만 우리의 합리적인 판단은 지금 투자할 때라고 말합니다. 환율을 생각해도 그렇고,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지수라면 한국 주식 시장은 아주 싼 상태가 아닐까요? 물론 한꺼번에 큰 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분할 매수하기에는 나쁜 시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 주식이나 ETF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환율이 높아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환율이 떨어질 때는 떨어진 주가가 다시 올라가는 현상이 늘 발생하니까 환율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는 현재에 매몰되기보다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살펴보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 지혜로운 모습입니다. 참 어려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늘 이런 시간을 견뎌내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졌던 투자자들에게 ‘인내의 열매’를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