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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금융소식/금융 트렌드

월세 폭등, 정말 계속 될까?

l 서울의 월세 시장 트렌드

‘월세의 도시’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지난 1년간 월세가 42% 폭등했습니다. 그 밖에도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월세가 치솟는 중입니다. 코로나가 엔데믹이 되면서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는 데다가 인플레이션으로 건설비가 증가하며 적정 가격대 임대주택 공급이 지연된 탓에 월세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월세 시장은 어떨까요?

서울 전체의 월세 트렌드는 2010년대 전 기간을 걸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약간의 변동이 있다 하더라도 33평형대 월세는 대략 160만 원 전후로 움직였습니다. 이는 전세가격이 상승한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며, 2010년대 서울시 33평형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 것과도 다른 양상입니다. 이처럼 가격 변동이 거의 없던 월세 시장에도 변곡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2020년 3분기입니다. 정확하게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점(2020년 7월 30일)입니다.

 

l 임대차 3법, 월세가 오르는 이유?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세 가지를 말합니다. 먼저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해당 권리를 활용하면 한 번 더 계약을 갱신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임대차 계약은 대개 2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같은 집에서 2년 더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어 최소 4년간 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합니다. 두 번째로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임대가격 상승에 제한을 두는 법입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갱신을 청구한다고 했을 때 50%의 상한선 안에서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월세신고제’는 주택 임대차 계약 후 30일 내로 지자체에 계약사항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입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임대인들은 보다 높은 가격대의 전세와 월세를 받고자 했고 그 결과 임대료가 폭등했습니다.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임대료를 크게 상승시킬 수 없어 첫 계약 시점부터 임대료를 높게 받고자 한 것입니다. 때문에 과거 150~170만 원대의 월세 평균 가격은 2020년 3분기 180만 원을 뚫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2년 2분기에는 240만 원을 넘었습니다.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가격이 무려 40%가까이 상승한 것입니다. 그러나 임대차 3법으로 인해 40% 폭등한 월세가 다시 낮아지긴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l 강남3구는 계속 오를까?

한편 2020년 3분기 이후 전세 뿐만 아니라 월세 시장에도 이전과 다른 변곡점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남3구 33평형대 아파트 월세 추이를 살펴보면 임대차 3법 이전에는 가격에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2010년대를 통틀어 평균 월세가격은 대략 240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월세가 2020년 3분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022년 1분기에는 강남3구 월세 평균 가격이 무려 362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약 240만 원에서 360만 원대로 2년 만에 50% 가깝게 폭등한 것입니다.

 

그러나 2022년 2분기 가격이 362만 원으로 ‘약간’ 상승했습니다. 이는 강남3구라도 지나치게 오른 월세가 부담돼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발생하고, 그 결과 월세 수요가 적어지면서 가격 상승이 둔화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대폭 넘어서, 월세 상승이 나타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강남3구의 경우 앞으로 월세의 상승 가능성은 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l 노도성 지역의 월세 상승 여지

노도성(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지역은 상대적으로 월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지역입니다. 노도성 지역의 2010년대 10년간 평균 월세는 안정적이었으며 대략 11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곳도 임대차 3법 이후 월세 가격이 급등했는데, 2022년 2분기 월세는 143만 원에 이르러 지난 2년간 46%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는 2021년 3분기를 기점으로 하락 반전한 전세와는 다른 추세입니다. 즉, 같은 임차 시장이라도 전세와 월세의 움직임이 다른 것입니다. 2010년대 월세는 고가 아파트부터 서민 아파트까지 모두 안정적인 가격대 안에서 움직였지만 같은 기간 전세는 2010년대 초중반 급등했습니다. 또한 2021년 3분기 이후 전세가격이 하락 반전한 데 반해, 월세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월세 폭등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 나타나는 글로벌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즉각적으로 월세 시장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월세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와 긴밀하게 연동될 것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월세가 계속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개인의 소득에 비해 지불하기 힘든 수준으로 월세가 오르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주변 동네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노도성 지역 월세 시장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