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메뉴

서체가 아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짓는 석금호의 ‘남다른 한글사랑법’

 

 

[10월 행복약속 36.5’C 주인공] 산돌커뮤니케이션 대표 석금호
한글날이 되면 가장 바빠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폰트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이다. 매년 한글날이 다가오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하는 산돌의 대표 석금호를 만나 아직 한글 폰트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았던 시절부터 한글 서체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폰트를 짓는 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 직장이었던 미국 잡지회사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국 에디션에 다니고 있을 때 한글 서체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활자문화가 납활자시대에서 사진식자시대로 바뀌는 과도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식자기 라는 기계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오고 있었는데, 그 기계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한글 서체도 함께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글 서체를 수입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부끄러워 며칠 동안 고민하다 사표를 냈습니다. 그리곤 나라도 한글 서체를 수입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한글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한글 서체를 팔 곳도 없어 몇 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어요. 일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나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후, 84년부터 디지털폰트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산돌의 시작이었습니다.

 

 

 

 

Q. ‘폰트를 짓는 회사’, ‘한글로 행복을 디자인하는 회사’ 등 많은 수식어가 산돌커뮤니케이션에 붙는데요, 정확히 산돌커뮤니케이션은 어떤 회사인가요?

 

한글 서체를 개발하게 된 동기부터 저는 서체가 곧 우리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국가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라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스위스의 헬베티카란 서체 하나로 스위스란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가 시작됩니다. 한글이 우리의 국력이나 문화수준의 척도가 되기 때문에 좀 더 뛰어난 품질의 서체를 개발하여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부끄럽지 않게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회사, 그런 미션을 가진 곳이 바로 산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는 폰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척 궁금한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하나의 폰트가 완성되는 건가요?

 

가장 처음엔 어디에 쓸 폰트인지 용도와 목적을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디자인을 기획하고 선별한 후, 문장으로 만들어 전체적인 느낌이나 스타일을 점검하죠. 확정이 되면 가장 기본모듈인 미음(ㅁ)계열 글자 20개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본 빈출자 200자를 개발해요.

 

이후 KS5601이라는 한국표준에 맞춰 2350자를 개발하면 한글은 완성돼요. 하지만 한글만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알파벳, 숫자, 기호 등도 따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4,000자 미만의 글자를 개발해야 하죠.

 

최근엔 글로벌화가 추세이기 때문에 유니코드라는 국제표준에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엔 한글만 11,072개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완성 툴을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최종엔 한 글자 한 글자 한글의 모양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폰트를 제작하게 됩니다.

 


Q 그럼 하나의 서체를 만드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건가요?

 

아주 단순한 폰트는 한 사람이 2~3개월 만에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본문서체인 명조나 고딕,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거나 미력한 곡선이 보장돼야 하는 품질 높은 서체를 개발하게 될 때는 몇 년씩 걸립니다. 실제로 아이폰에 들어가 있는 산돌고딕네오의 경우엔 거의 5년 정도 걸렸어요.

 

 

 

 

Q. 세계 최초의 글꼴 포털 사이트 ‘폰트클럽’을 만드셨는데, 이 사이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대표님만의 목표가 있으셨나요?

 

사실 폰트 자체만 가지고는 사람들이 폰트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리고 이 폰트를 쓰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폭넓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타이포 그래피 관련 다양한 콘텐츠, 현재 벌어지는 이벤트, 외국 사례, 작품 등을 소개하고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산돌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더욱 발전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폰트클럽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운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폰트클럽을 유지한 결과 다른 국가에서 이 모델에 대해 아주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실제로 협력회사 중 하나인 ‘모리사와’에서는 비슷한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만에 ‘아픽’이라는 회사는 폰트클럽의 중국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이런 추세에 힘입어 현재 산돌도 폰트클럽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로 재오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Q. 산돌커뮤니케이션은 한글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런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전 한글 서체를 개발하며 오히려 진정한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한 케이스입니다. 처음엔 자존심이 상해서 시작했지만, 한글을 알아가면 갈수록 담긴 정신과 결과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한글을 왜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며 적극적으로 국가 홍보에 활용하지 않을까 아쉬움을 느꼈어요. 제대로 홍보하기만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큰 자부심이 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우리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 달라질 텐데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한글에 대해 강의를 하는 산돌투어링도 시작하게 됐어요. 산돌투어링은 100회까지 운영하고 지금은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잠시 쉬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요.

 

 

 

 

Q. 한글 폰트를 디자인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세 가지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만화가 박광수씨를 만나 만든 ‘산돌광수체’입니다. 그 당시 만화에 쓰인 글씨가 이렇게까지 국민들에게 사랑 받을 줄은 몰랐어요. 비록 90%가 불법복제로 사용했지만 이 폰트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산돌의 이름과 폰트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싸이월드’예요. 사실 그때만해도 폰트 저작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싸이월드 폰트를 도토리로 사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폰트란 것은 돈 주고 사는 거다 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기업서체로 개발한 현대카드 폰트입니다. 폰트를 활용한 상업적인 홍보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현대카드를 제2의 카드회사로 도약시키게 되었죠. 하나의 폰트로 회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사례가 됐습니다.

 


Q. 폰트를 제작할 때 절대 잊지 않는 대표님만의 철학이 있다면?

 

'한글은 우리국가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폰트를 만드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사람이다'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대표님에 대해 알아보던 중, 석금호 폰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혹시 자신의 글씨체를 폰트로 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폰트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작하게 됐습니다. 특히 제가 펜글씨를 무척 좋아하다 보니 폰트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하며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가족과 여행을 갔을 때 휴가기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샘플작업을 했고, 그 샘플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 바로 석금호 폰트입니다.

 

 

 

 

Q. ‘석금호’하면 연관검색어로 ‘한글사랑’이 생각날 만큼 대표님의 한글사랑은 유명한데요, 한국인이라면 물론 한글을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남다른 대표님의 한글사랑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글의 완성도는 이 지상에 있는 문자 중에서 가장 탁월합니다. 왜냐하면 지상에서 나는 모든 소릿값을 가장 정확하게 글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어마어마한 한글은 수학적인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IT대국이 된 밑바탕에도 한글 입력이 너무 쉽기 때문에 더 빨리 보급된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활용적으로, 미래 가치로 볼 때 등 어느 측면으로 보더라도 뛰어난 한글에 자부심을 안 가질 수가 없고, 자랑을 안 할 수가 없어요.

 


Q. 이번에는 동부화재 블로그 ‘행복초대 36.5도’의 공식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행복’이 아닐까 싶은데요, 대표님의 행복 기준은 무엇이며,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답변 부탁 드립니다.

 

자기 정체성이 분명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체성이 분명해야 자신을 인정하게 되고, 자존감이 생기게 돼요. 이런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 자신의 부족함 등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자기가 어디에 자기 자신을 헌신했을 때 행복한가 진지하게 찾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일도 아니고 그 일을 위해서 살아라’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Q. 앞으로 산돌커뮤니케이션의 목표와 대표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둘의 목표는 같아요. 산돌을 통해 조금이나마 고객들이나 국민들이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 자체에 긍지를 갖게 하고 싶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제3세계에서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나 부녀자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마을에 환경개선을 해주거나, 현지 조달 가능한 물건을 통한 에코 디자인, 그 외의 교육 지원 등을 말이지요. 이미 랭킹 더 월드란 NGO 단체를 설립해서 조금이나마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고요, 앞으로도 사회를 밝게 만들기 위해 혜택을 받지 못해 미래가 막혀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고 싶어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