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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김인숙 글라라 수녀 이야기


[12월 행복초대 36.5의 주인공] 일상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김인숙 글라라 수녀

이 세상에 혼자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지만 오늘도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글라라 수녀, 그녀가 발견한 일상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12월의 행복초대 36.5’C의 주인공이 되신 걸 축하 드립니다! 실제로 수도자를 직접 만날 수 없어서 주로 어떤 생활을 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가장 다른 것은 평생을 시간표 생활 한다는 것이에요. 밖에 사람들은 이것 하다가 다른 것을 할 수 있지만 수녀들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365일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 묵상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책을 쓰고 싶다고 해서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글 쓰는 것을 허락 받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수녀님은 올해 1년 동안 글 쓰는 것을 소임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1년 동안 열심히 글을 쓰게 돼요.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페퍼민트 차를 손수 끓여주시는 글라라 수녀님]



Q. 수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왜 수녀님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도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 교사가 꿈이었던 평범한 아이였어요. 그런 제가 수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결혼 말고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저는 사람을 사귀고 결혼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실제로 한번 만난 사람이 있긴 했지만, 참 의미가 없더라고요. 보지 않으면 보고 싶다가도 만나면 시들해서 처음엔 혼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집 근처 수녀원에서 나온 언니를 사귀며 ‘이거다’ 싶더라고요. 지금도 생생할 만큼 온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어요. 수녀가 되려면 바로 되는 것이 아닌 3년 동안 영세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 기간 동안도 수녀가 되겠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진짜 수녀가 되기 위해 짐을 다 싸고 가려고 하는데, 집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처음엔 설마 너 같은 게 수녀가 될까 싶었던 가족들이 반대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반대하기 시작하니 저도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수녀원에 가서 집에 반대가 심해 1년 연기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리고 1년 동안 내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무조건 가야겠다 다짐했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수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여전해 망설이지 않고 수녀가 되었어요.



Q. 지금도 글라라 수녀님처럼 수녀가 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분을 위해 조언 한마디를 한다면?


수녀가 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저는 저처럼 1년 동안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왜냐면 그 1년 동안 제 마음이 더 단단해져 지금까지도 이 길에 후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가끔 수녀가 될지 말지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전 들어오라고 하지 않아요. 1년 동안 더 살아보고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이다 싶을 때 들어오라고 말한답니다. 





Q. 살레시오 수녀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살레시오 수녀회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 수녀원이에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직접 운영하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해요. 그 외에도 나자렛집이라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도 함께 하고 있어요. 



Q. 수녀님이 생각하기에 지금 청소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방법은 무엇일까요?


청소년은 청소년 그 자체로 이미 가난한 아이들이에요. 어른 취급도 안 해주고, 아이 취급도 안 해줘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돈을 벌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존재에 대해 우리가 알아줘야 해요. 사춘기 때야말로 자기 존재를 알아주길 바라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사람 자체를 알아주는 것이 아닌 공부를 통해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일도 많고 아이들 수도 많아 일일이 챙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신할 수 있어야 선생님도 그리고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원하기 때문이죠.


비행청소년, 공부 잘하는 아이 모두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는 똑같은 청소년이에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도 똑같아요. 그건 시대가 변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비행청소년이라 모두 나쁜 것은 아니고, 모든 인간들에게 칭찬 받을만한 것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어요. 그리고 그걸 찾고 끄집어내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에요. 





Q. 살레시오 수녀회는 돈보스코 교육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던데요, 돈보스코 교육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돈보스코 교육법이 나온 것은 19세기 산업혁명 여파로 굴뚝 청소를 하던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잠재력, 능력을 알려주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엔 어린 아이들이 평화시장에서 저렴한 노동자로 일하던 시절에 들어왔답니다.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데려다 기숙사를 제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놀아주며 아이에게 필요한 기술이나 공부를 알려주며 시작되었어요. 


돈보스코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적인 사랑을 제공한다는 것이에요. 아이들이 이 선생님은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생각하게끔 아이들을 바라봐준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현재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에게 돈보스코 교육방법에 대해 직접 알려주고 싶어요.



Q.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은데 가장 최근에 있었던 아이 소라(가명)가 떠오르네요. 저희는 소년원에 보내기 전 육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데요, 소라도 그 중 한 명이었어요. 소라 아버지가 6개월 후에 데려가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데리고 있었는데, 당시 소라는 말썽은 피우지 않지만 게으르고 무기력한 아이였어요. 6개월만 채우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했답니다. 


6개월 후에 아버지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6개월만 더 연장하게 되었는데, 그때도 소라는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저희는 아이들 교육에 따라 단계를 설정하는데, 소라는 1년 내내 가장 낮은 단계인 ‘새롬이’로 머물렀어요. 마지막 나가기 전에는 한 단계 올려서 내보내긴 했지만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던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곤 외식을 하자던 제 말에 센터밥이 먹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리곤 하는 말이 ‘왜 여기서 바리스타, 미용, 컴퓨터 자격증을 따지 않았는지 지금 후회된다’며 ‘지금 학교에서는 일부러 자격증 따는 동아리에 들었다’고 했어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말이 ‘수녀님,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저도 제가 대학생이 되는 모습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대학교 노트를 들고 있잖아요. 혹시 알아요? 제가 나중에 퍼스트 레이디가 될지요.’라는 말이에요. 그렇게 게을렀는데 한결같이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소리가 고마워 한번은 전화를 걸어 네가 잘 돼서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더니 소라가 그랬어요. ‘수녀님 사랑해요’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고백을 받은 것처럼 부끄러웠답니다.





Q. 수녀이자 시인, 작가라고 알고 있어요.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글의 가장 큰 특징은 진정성이에요. 진실해야 되니까요 책은. 제 첫 번째 책은 ‘오빠야 변소가자’라는 책인데요, 이 내용은 오롯이 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왜냐면 제 것을 다 써버리고 나야 다른 이야기도 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어머님이 그 책을 보곤 ‘거짓말은 안했더라’라고 했어요. 무조건 좋게만, 너무 많은 과장을 담는 것보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 그게 바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에요.



Q. ‘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이라는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바깥 사람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수녀원의 생활을 일기 식으로 짤막하게 쓰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요즘 멘토가 유행이다 보니 출판사에서 어떻게 알고 멘토를 제안하셨는데 거절하고,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래서 쓰게 된 책이 바로 ‘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이에요.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은 오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책을 통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며,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보이는 아파트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고 해요.]



Q.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항상 같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작은 일상에 행복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데요, 그런 분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이라면 학생의 역할을, 부모라면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행복은 그 이후 선물처럼 찾아와요. 저는 수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평생을 이 울타리에서 나가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세심해지고 섬세해지는 거예요. 작은 꽃이 폈다는 것 하나에도 감사하게 되거든요. 결국 수녀라는 역할에 충실히 살아가다 보니 얻게 된 행복이랍니다. 



Q. 이번에는 동부화재 블로그 ‘행복초대 36.5도’의 공식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행복’이 아닐까 싶은데요, 수녀님 행복 기준은 무엇이며,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답변 부탁 드립니다.


행복의 기본은 충실함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이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선택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 중요해요. 가족이 반대했지만 충분히 생각하고 수녀를 선택한 저처럼요. 


예전 수녀님 중에 한 분이 10년 간 수녀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나가겠다고 말했어요. 그 수녀님은 부모님이 원해서 수녀가 되었는데, 조금 늦게 자신의 길을 찾게 된 거였지요. 당시 수녀님께서 처음으로 나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며 좋아했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이처럼 정말 그 일이 싫다면 과감하게 바꿔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사장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일에 충실할 수 있고 행복함을 느끼겠어요. 단,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기대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선택한 후에는 충실해야 해요.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들어갔다면, 자기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해보세요.



Q. 마지막으로 오늘도 여전히 행복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법률 스님이 왜 행복을 찾느냐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나요. 저도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살다 보면 그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에요. 저도 수녀생활을 하며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자기 전 ‘아 오늘 행복 하려고 했는데’하면서 아쉬워하지도 않아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살다 보면 행복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행복을 만나려면 꾸준함도 있어야 하고 기다림도 있어야 하는데 자꾸 행복 하려고만 하니 더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항상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어요. 그저 우연처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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