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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이야기/트렌드&라이프

단독주택의 인기비결은? (단독주택 전성시대)

 




넓은 마당이 있고 흙 냄새를 폴폴 풍기며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겨운 집, 바로 단독주택입니다. 우리나라가 ‘아파트 공화국’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단독주택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모양, 붕어빵처럼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구조에 답답함을 느낀 도시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거겠죠.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30~40대 젊은 사람의 관심이 부쩍 커졌고 몸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 내 단독주택 용지는 인기 투자상품으로 떠올랐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단독주택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통계가 이를 증명합니다. 2008년 이전 전체 주택의 10%에도 못 미쳤던 단독주택 인허가 비율은 2011년 이후 12~15%대를 오갑니다. 특히 경기도 판교•위례•광교신도시 같은 공공택지에 조성된 단독주택 용지에서 단독주택 공사가 활발합니다. 요즘엔 수도권 외곽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도 단독주택 건설현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거래량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사고 팔린 단독주택 거래량은 12만9065건(한국감정원 조사)으로, 2014년보다 25%나 급증했습니다.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거래됐을 정도입니다. 그뿐일까요. 몸값도 뛰고 있습니다. 전국 단독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5월 3억3548만원(KB국민은행 조사)으로 1년 사이 9.1% 상승했습니다. 그 이전 1년간(2014년 5월~2015년 5월) 2.6%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름폭이 커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법원 경매시장 분위기도 뜨겁습니다. 지난해 전국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 평균 낙찰가율은 78.67%(부동산태인 조사)로 2014년보다 4.7%포인트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폭(4.16%포인트)보다 큰 수준이죠.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입니다. 이 수치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단독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얘깁니다.




 

단독주택의 인기 비결은 뭘까요. 지역별로 다양합니다. 수도권 외곽에서는 무엇보다 ‘쾌적한 나만의 집’을 가지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주택 공급이 충분해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죠. 자녀교육 문제에 얽매이지 않거나 도심권 생활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수도권 외곽지역 단독주택으로 옮기는 모습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피치 못한 사정으로 단독주택행(行)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 육아나 경제적인 문제로 부모와 함께 살려는 젊은이가 늘어나면서입니다. 또 건축 기술과 서비스 개발로 수요자의 입맛에 맞게 난방이나 관리, 보안시설이 좋아진 측면도 어느 정도 한몫했겠고요. 실제로 요즘 분양하는 단독주택은 공동관리사무소와 개별 주차장, 정원, 마당 등을 갖춥니다. 아파트처럼 단지 형태로 지어지고, 단지 안에는 실내 골프연습장과 북카페 같은 주민 편의시설도 만들어집니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주택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낡은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뒤 1층에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들여 월세를 놓고 2층은 자신이 거주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거주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요즘엔 임대용 상가와 주택을 같이 마련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서울에선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마포구 연남동과 상수동이 대표적인 곳이죠. 


지난해 한 해 동안 단독주택을 용도 변경한 7428건 중 51.8%가 다가구주택이나 음식점으로 바뀌었습니다(국토부 조사). 이면도로에 자리잡은 20~30년 된 2층짜리 주택(330㎡)을 예로 들면, 대개 10억원대 초중반에 사들인 뒤 리모델링하는 데 2억원 정도 듭니다. 이 경우 2층에 본인이 살고 1층은 음식점 등 상가를 들여 임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은퇴한 노년층이 핵심 수요층입니다. 

 




이런 매력이 부각되자 최근엔 너도나도 단독주택 용지 구매 행렬에 동참합니다. 최근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나온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는 최고 92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핫'했죠.  177필지에 6만4350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만 364대 1에 달했습니다. 접속자가 폭주해 인터넷 청약에 차질이 생겨 청약 접수 날짜를 하루 연장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이 상품 말고도 어디서든 분양만 했다 하면 수만 명이 몰립니다. 추첨 확률은 가히 ‘로또’ 수준이고요. SH공사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분양 중인 단독주택 용지는 계약자 절반이 30~40대일 정도로, 젊은 층 수요가 많았습니다. 이런 '광풍' 속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의 인기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마당 딸린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대다수 일반인에게 단독주택은 여전히 로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택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외곽으로 나가려면 출퇴근과 자녀 교육 같은 불편함이 뒤따릅니다.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우선 실제 생활에 불편함은 없는지, 가족에게 적합한 주거 공간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교통이나 학군, 편의시설 등을 고려하는 건 기본입니다. 아무래도 아파트에 비하면 주거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요즘 분양시장에 나오는 단지형이 아닌 개별 단독주택의 경우 직접 지으려면 토지 매입부터 건축까지 신경 쓸 부분도 많습니다. 주택을 처분하긴 쉬운지, 구매 여력은 괜찮은지, 공실(빈 방) 우려는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낮은 유동성과 환금성도 감안해야 하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단독주택이 과거처럼 뒷전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아파트를 벗어나 쾌적한 주거공간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아파트 일색의 주거 문화가 언제쯤이면 바뀔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