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정없이 출렁대고 있습니다. 6월 8일까지만 해도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추세 상승의 신호탄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웬걸, 언제 그랬냐는 듯 하락세로 돌아선 코스피 지수는 6거래일 동안 무려 70포인트가 빠지면서 주식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위아래로 요동치는 모습이 흡사 망망대해에 뜬 조각배처럼 불안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당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대내적인 요인보다는 글로벌 금융 환경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브렉시트 여부, 국제유가 상승 등 여러 가지 빅 이벤트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우선순위는 존재합니다. 최근 코스피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외 변수의 움직임과 코스피 지수의 향방을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렉시트 불안으로 인한 주가지수 변동>
지수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브렉시트 불안감입니다. 영국의 EU(유럽연합) 잔류 또는 탈퇴를 결정할 국민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탈퇴에 찬성하는 비율이 잔류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세계 5대 경제대국인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총재는 "브렉시트 결정 시 미국의 경제전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브렉시트로 2030년 기준 영국 GDP가 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파운드 가치가 10~20% 폭락하고, 8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국내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영국은 올해 1∼4월 국내 주식 42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2조8000억원)의 15%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입니다.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실제 탈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EU 탈퇴를 통해 영국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죠. EU 탈퇴로 인해 파생될 정부의 재정수입 감소나 복지 후생 후퇴 등을 고려하면 탈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설사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와 같은 충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에는 가계, 기업, 정부로 이어지는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확산됐지만 이번에는 그럴 개연성이 낮은 편입니다. 실제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국의 최근 CDS(신용부도스와프) 흐름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의는 하되, 지나친 우려는 지양하라" 정도가 되겠습니다.
주가의 향방은 어떨까요. 브렉시트 투표일인 6월 23일까지는 조정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영국의 EU 잔류로 결정이 나면 상승 반전하면서 안도랠리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탈퇴 측이 투표에서 이긴다면 어느 정도 추가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조정으로 인해 우려가 선반영 되어있어 하락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지만 말이죠. 무엇보다 남유럽 국가나 추가적으로 EU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주가지수 변동>
미국 금리인상 이슈는 미 연준이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일단 한숨은 돌렸습니다. 일차적으로 보자면, 미국 금리 인상 연기는 국내 증시에 호재입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연 1.25%와 0.25~0.5%로 양국의 금리 차이는 0.77~1%포인트입니다.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금리차는 0.5~0.75%포인트, 두 번 인상하면 금리차는 0.25~0.5%포인트까지 좁아지게 됩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올해 최대 두 차례의 인상을 전망하는 위원들이 많았던 지난 3월에 비해 이번 FOMC에서는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위원이 많이 늘었습니다.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달러 약세 분위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브렉시트 문제가 무난히 해결된다면 금융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연기 이유가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점이 투심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지수) 관련해서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일단 외국인 자금 이탈로 시장의 우려를 샀던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이 무산된 것은 다행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역시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실패하면서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글로벌 펀드는 MSCI 지수를 참고해 투자결정을 하기 때문에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된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선진 주식시장'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MSCI 측은 "원화 환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거절 사유로 들었는데, 아직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얘기겠죠. 편입 실패가 투자 심리를 한층 악화시키면서 매도세를 부채질했습니다.
상승세를 타며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 넣던 국제유가도 브렉시트 우려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6월 9일 이후 무려 6거래일 동안 연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 따르면 6월 16일 WTI(미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46.21달러로 전일 대비 3.75%나 급락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45~50달러선에서 고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던 국제유가 상승의 효과는 더이상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문제가 마무리돼야 코스피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주식시장의 격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나친 비관론에 빠져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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