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이후 급발진 사고와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우선 해당 사고의 운전자가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며 발생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는데요. 더불어 운전자의 연령대가 고령이라는 것이 보도되며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포감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1. 자동차 급발진 사고
많은 교통사고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꼽고 있는데요.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급발진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여 운전자가 최종 승소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운전자 입장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밝혀내기 어려운 것이지요.
① 급발진 사고 발생 원인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동차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에 전자제어 시스템이 추가되며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요. 시스템이 추가된 자동차는 ‘거대한 기계 덩어리’에서 ‘전자제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가 움직이는 융합 제품’이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급발진은 전자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생길 때 발생하는 사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② 급발진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운 이유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 기록을 판독하여 원인을 규명합니다. 사고기록장치는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터지는 전개과정을 보기 위해 설계된 소프트웨어인데요.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차량 내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큼 또 다른 소프트웨어인 EDR을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고 발생 상황을 재연하는 시험을 거치게 되는데요. 사고 기록 장치를 기반으로 재연 시험을 하는 경우 실제 운전자에 의한 사고 상황과 차이가 커 신뢰성 측면에서 큰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 EDR의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2. 급발진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은?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는 급발진 사고 발생 시 브레이크를 세게 누르고, 변속기는 중립에 놓은 후 시동을 끄라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20여년간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를 이끌어온 저조차 사고 발생 시 위의 방법을 따르기 어렵습니다. 사고가 수 초 내에 발생하여 운전자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으며, 내부 장치가 먹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처 방법은 ‘차량을 정지시키는 것’입니다. 급발진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여 차량을 멈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① 도심지에 급발진 사고 발생 시
도심지에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길가에 정차된 자동차에 부딪히며 정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도심지에는 벽이나 가로수, 전봇대 등의 수직 구조물이 많은데요. 수직구조물과 충돌하는 경우 에너지가 집중되어 운전자의 사망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반면 자동차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에너지 분산 구조가 가장 좋은 대상인데요. 길가에 정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부딪히면 에너지의 과반이 전달되어 운전자의 사망 확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② 교외 지역에서 급발진 사고 발생 시
고속도로 등의 교외 지역에서는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가장 튼튼한 구조물입니다. 따라서 가드레일의 옆면에 추돌하며 차량을 감속시킨 후 차량을 정차 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3. 운전미숙 VS 급발진 서로 다른 점은?
운전미숙 사고와 급발진 사고는 매우 다른 종류의 교통사고입니다. 다만 최근 자동차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많아지며 급발진 사고와 운전미숙 사고가 구분없이 보도되고 있는데요. 특히 운전미숙, 안전 수칙 미 이행 등 운전자 과실을 자동차 결함 탓으로 돌리며 ‘급발진’이 면피 사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①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 이유
도로교통공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젊은 층에 비해 2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특히 제동장치와 가속페달을 오인한 운전조작 미숙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체 능력이 저하된 고령의 운전자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비슷한 상황에서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② 고령 운전 사고 방지 대책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자 전 세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페달 오 조작 방지 장치’가 부착된 차량만 고령 운전자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또 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규정하여 주기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신체, 인지 능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금을 주는 등 지원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노인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에 비해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요. 또 고령 운전자의 자발적 의사가 없는 경우 주행을 제한할 수 없어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4. 급발진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명 방법은?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는 EDR, 블랙박스, CCTV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원인을 밝히기 쉬운 편입니다. 그러나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는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데요. 자동차의 사고 기록 장치만으로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우므로 미리 보조 장치를 부착하여 사고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페달 블랙박스
최근 잦은 급발진 사고로 ‘페달 블랙박스’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페달 블랙박스란 단어 그대로 발로 페달을 밟았는지 기록하는 장치인데요. 페달 블랙박스는 사고 발생 시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만큼 탑재를 적극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논의 중인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조금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 블랙박스 자체가 불법인 나라가 많기 때문에 FTA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에게 통상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데요. 따라서 특정 법안을 제정하기 보다는 스스로 장치 사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더불어 페달 블랙박스와 같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안전을 위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도로 위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또 나의 안전은 운전자 스스로의 몫인데요. 사고에 대한 국가적,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나 무엇보다도 스스로 경각심을 느끼고 안전하게 주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전 운전이 도로 위에서 자신을 지키는 최우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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