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1988년 1월에 처음으로 시행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제도가 그렇듯 초기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정 비율의 연금보험료를 월급에서 강제로 떼어가니 반기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죠. 그래서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데요. 거기에 지금은 연금액이 모자라는 지경까지 가버린 상황이죠. 이에 정부에선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정확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국민연금 과거와 현재
① 1988년, 국민연금의 시작
1988년 시행 시점에 개인이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고, 연금을 받는 소득대체율은 70%였습니다. 따라서 매달 3만 원씩 40년간 내면, 60세부터 매달 70만 원씩 평생 받을 수 있는 구조였죠. 지금보면 말도 안 되는 제도지만, 초기에는 연금 받는 사람은 적고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은 늘어나니 제도 운용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국민연금 제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들면서 국민연금 기금이 줄어들게 되었죠. 결국 정부는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 만인 1998년에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하였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올리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60세에서 65세로 늦추기로 한 거죠. 그리고 2008년부터는 연금을 지급하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단계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습니다.
②현재 국민연금의 실태
연금 개혁을 통해 연금 기금의 고갈 문제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더 급격히 줄어드는 출산율로 인해 기금 고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후 추가적인 연금제도 개혁이 필요했지만 매번 개혁에 실패하였고, 현재까지 국민연금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③국민연금 기금 고갈 위기
2023년에 발표한 국민연금 5차 재정 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23년 950조 원에서 계속 증가해 2040년에 1천 755조 원까지 불어납니다. 하지만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감소하고 지급하는 연금액이 증가하면서 2041년에 수지 적자로 돌아설 예정인데요. 빠르게 기금이 감소하여 2055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30년 후에는 국민연금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죠. 물론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바로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해 거둬들이는 보험료와 국고 지원을 통해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는데요. 그러나 기금이 없는 상태에서 제도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답니다.
국민연금 개혁안 문제점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연금 개혁을 '3대 개혁' 중 하나로 꼽고 중점으로 추진하였습니다. 국회에서도 2022년 10월 연금 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11월에는 민간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확정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정부측 재정 안정론과 야당측 소득보장론 의견이 충돌하면서,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했고, 소득 보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결국 민간자문위원회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1안(소득 보장)과 보험료율 12% 인상 및 소득대체율 40% 유지하는 2안(재정 안정)을 제안하였고, 시민대표단의 투표를 거쳐 1안(소득 보장)을 다수 의견으로 선택되었습니다. 하지만 1안에 대해 정부가 반대하면서 결국 국민연금 개혁안 입법은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소득 보장(1안) vs 재정 안정(2안)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여서 실질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의견과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더 높이자는 의견 둘 다 일리는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 의견 모두 국민연금 기금 고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거죠. 실제로 1안의 기금 고갈 시점이 2061년이며, 2안의 경우에도 2062년입니다. 두 가지 대안 모두 기금 고갈 시점을 6~7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답니다.
∨모수개혁
①모수개혁이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모수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모수개혁이란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인데요. 모수개혁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혁의 부담은 오롯이 젊은 세대가 져야 합니다. 국민연금 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가 보험료를 더 내주고, 젊은 세대가 연금을 덜 받아야 하는 구조여야 하기 때문이죠. 먹을 수 있는 파이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서로 나눠 먹어야 하니, 누군가가 더 먹으면 누군가는 덜 먹게 되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②문제점은?
따라서 연금을 받는 노인 세대와 연금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사실상 국민연금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관계없이 후세대의 부담을 가중할 것입니다.
국민연금 개혁 대안 방법은?
① 신국민연금 도입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제2의 국민연금을 도입하는 “신국민연금” 도입 의견을 제안했는데요. 신국민연금이란, 젊은 세대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기존 연금 제도를 개선하기보다는 새로운 연금제도를 만들자는 의견입니다.
신국민연금은 기대수익비가 “1”이 되는 연금인데요. 다시 말해 개인이 납입한 보험료에 수익을 더하여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기대수익비 “1”이란, 납입한 원금과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말합니다. 원금+수익 이하로 가져가게 되면, 수익비가 1보다 낮아지고, 원금+수익보다 더 가져가게 되면 수익비가 1보다 커지는 것이죠.
기대수익비가 “1”이 되는 신국민연금을 도입하게 되면 기금 고갈의 문제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럼 국민들의 불신이 해소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있겠죠.
그러나 신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납입액이 신국민연금에 적립되면, 기존 국민연금 기금은 더 빨리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할 방안입니다.
②국고 투입하기
기존 국민연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고 투입은 필수적입니다.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투입되어야 할 텐데요. 따라서 하루빨리 투입되어서 국민연금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고지원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므로, 국고 지원을 빨리할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줄 수 있답니다.
③사적 연금 준비하기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다른 하나는 개인이 준비하는 사적 연금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입니다. 어차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죠.
사적 연금에 대한 지원은 세제 혜택을 늘림으로써 충분히 가능합니다. 개인연금저축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늘리고, 연금보험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을 통해 개인 스스로 연금을 준비하도록 지원하면 됩니다. 또, 금융회사들의 다양한 연금 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연금 제도와 상품은 점점 더 필수조건이 돼 가고 있습니다. 특히 연금은 소비를 목적으로 한 자산이므로 투자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과는 현저히 다릅니다. 연금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다양한 연금 포트폴리오를 통해 대한민국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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