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해외여행 제재가 풀리면서 휴가철을 맞는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단연 일본 여행을 꼽을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국내 여행과 휴가 비용이 많이 차이 나지 않고, 비행시간도 짧아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일본 여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급격히 떨어진 엔화 환율도 일본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겠습니다.
2015년 이후 8년 만에 원화 대비 가장 약한 흐름을 보이는 엔화 환율! 한때 100엔당 900원을 하회하는 모습인데, 2007년 100엔당 700원대, 2015년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고요. 이후 2023년 현재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엔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엔화가 약한 흐름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율은 달러가 결정한다?!
외환 시장에서는 원화와 엔화가 바로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그 달러를 엔화로 바꾸면서 환율이 결정되곤 합니다. 때문에 원엔 환율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달러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와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원화 대비 달러는 지난해 10~11월 달러당 1,450원에 육박할 정도로 환율이 치솟으며 원화 약세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러당 1,300원을 밑돌고 있는데요. 이는 달러가 원화 대비로는 상당 수준 약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원화 VS 엔화, 달러 대비 강·약세 파악하기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원화가 약세를 보였던 악재들이 일정 수준 해소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의 수입 부담을 크게 늘렸습니다. 배럴 당 70불 정도에 수입할 수 있었던 원유를 140불 수준에 수입해야 하는바, 에너지 비용이 많이 늘어난 점이 무역 적자를 확대시키는 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인 반도체가 크게 부진했다는 점도 치명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출의 부진&수입 부담 확대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면서 이례적인 17개월 연속 무역 적자 상황을 낳게 되었죠.
다행히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 다시금 배럴 당 70불 수준으로 회귀했기에 수입 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아울러 반도체 수출 역시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으며, 대중 수출 역시 코로나로 인한 중국 당국의 봉쇄가 풀리며 기대보다는 약하지만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입니다. 결국 지난해의 과도했던 수입 부담은 줄어들고, 수출 실적은 최악을 지나가면서 실제 한국의 무역 수지는 지난 6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만큼 달러당 145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도 큰 폭으로 하락, 달러당 1300원을 밑돌면서 원화 강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달러 대비 엔화 약세
원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는데 엔화는 그만큼의 강세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미국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5~5.2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반면,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당시 미국은 과감한 제로 금리 도입과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 10년 국채 금리를 0.6%까지 밀어 내렸습니다. 당시 일본 국채 금리가 -0.1%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상반기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는 불과 0.7% 정도 수준이지요.
그러나 지금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3.8%를 나타내지만, 일본의 10년 국채 금리는 0.5%를 밑돌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금리차는 3.8%로 확대되었죠. 이로 인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거래가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엔화의 대량 매도&달러의 대량 매수 상황이 이어지며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었죠. 이러한 이유로 현재 100엔당 900원 수준의 낮은 엔화 환율을 직면하고 있답니다.
엔화 약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엔화 약세가 당장은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 니케이 225지수는 최근 3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는데요.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본 기업들이 해당 달러를 약한 엔화로 환전하게 되면 보다 많은 엔화를 얻을 수 있죠. 기업 이익의 증가와 맞닿으면서 일본 주식 시장의 강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일본의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게 되는데요. 최근 발표된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3%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이 기록했던 3.0%를 상회하고 있죠.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일본 서민 경제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높아진 물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 부채가 과도하게 많은 일본에는 상당한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답니다.
일본 중앙은행(Bank of Japan)의 우에다 총재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지 않다면,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 옵션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경우 크게 벌어져있던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히게 되면서 현재의 엔 약세 기조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죠.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 내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이어지는지’가 엔화 환율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엔화 투자,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엔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투자 대상으로 엔화를 사들이고자 하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엔화로 투자하는 엔테크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좋게만 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개인이 환율을 예측하면서 환 베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죠.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로 인해 환율이 크게 요동을 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엔화 투자의 위험성 역시 상당히 높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럼 개인은 엔화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낮은 위험성으로 개인이 엔화 투자를 하기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적립식 투자입니다. 엔화는 글로벌 안전 자산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이 나타나게 되면, 안전 자산인 엔화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는 엔화의 단기적인 초강세를 촉발하곤 하죠. 다만 금융 시장의 충격이 찾아오는 시기를 예단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마치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조금씩 엔화를 적립식으로 사 모으게 된다면, 내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에 있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답니다. 특히 원화 대비 엔화가 과거 대비 낮아져 있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적립식으로 사들이는 금액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인지, 혹은 그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반대 흐름으로 변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면서 환 투자를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보단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관점에서 안전자산으로써 엔화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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