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 형태인 전세는 월세와 달리 매월 고정적인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어 세입자들은 주거비 부담이 적습니다. 집주인이 굳이 은행에 대출받지 않아도 전세금으로 주택구입자금을 충당할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제도이죠.
전세는 대규모 입주 물량이 나올 때가 아니면 잘 떨어지지 않는데요. 하지만 2022년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발생한 전세 사기, 깡통 전세, 역전세가 여전히 부동산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역전세 현상은 최근 회복하고 있는 집값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역전세가 무엇이고 왜 발생했을까요? 언제까지 역전세가 이어질 것인지, 더 나아가 내 집 마련의 타이밍까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주택 소유주 울리는 ‘역전세’란?
최근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역전세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역전세란 무엇일까요? 또, 역전세와 헷갈리기 쉬운 깡통 전세는 어떤 의미인지,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역전세는 처음 계약했던 전세금 대비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전세가율이 40~60% 수준으로 낮아 경매를 넘길 경우 세입자의 전세금은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지만, 집주인은 자산 손실이 불가피해집니다. 역전세는 깡통 전세와 달리 절대적으로 집주인이 불리한 상황인 거죠.
깡통 전세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80% 이상 높아 집을 팔거나 경매를 넘겨도 세입자인 임차인이 전세금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 원인 집에 전세가 9억 원인인 경우, 집값이 8억 원으로 떨어지거나 경매로 넘어가 7억 원에 낙찰되면 9억 원의 전세금을 다 받지 못하는 거죠. 설상가상 세금 체납이나 선순위 은행 근저당이 있는 경우 받을 금액은 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깡통 전세는 절대적으로 세입자가 불리한 상황이랍니다.
2023년 현재 전세 상황
2022년 예상을 뛰어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전셋값이 폭락하자 매매가격도 속절없이 하락하였습니다. 1년간 매매와 전세가격 주간 변동 추이가 매매보다 전세가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2022년 4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00건도 되지 않았습니다. 다수의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역전세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집을 팔았던 건데요. 다행히 2023년 1월 바닥을 찍고 매매와 전세 모두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전세 발생 원인은?
전셋값은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질 때가 아니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에는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속절없이 떨어졌죠. 왜 그런 걸까요?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전세의 구조적인 문제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한테 돈을 빌려주고 잠시 집주인 집에 거주하는 채권 계약입니다. 물권인 근저당을 설정하는 일반 대출에 비해 상당히 불안정하며 후진적인 형태가 전세 제도인 거죠. 집을 살 때 받은 전세금을 주택구입자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전세금은 새로운 세입자한테 받아서 기존 세입자한테 반환하는 구조인데요. 그렇다 보니,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거나 적어도 떨어지지 않아야 전세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가 될 수 있답니다.
②전세 대출
과거 지금보다 더 높은 금리 상황에서도 전셋값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2022년에는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로 전셋값이 떨어진 걸까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 대출이라는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전세금의 80%까지 전세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전세 대출이 없는 전셋집은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전세 대출이 없던 시절에는 금리가 올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금융의 지배를 받게 된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났죠. 사실 보증기관의 보증서만 가지고 전세금의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전세 대출은 문제가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서서히 전세대출 한도를 줄여 나가면서 전세 대출의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을 이제라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③임대차 3법
2020년 여름, 2년 전세 계약 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갱신 시 5% 이내로 상한 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자 전세시장은 요동쳤습니다. 4년 동안 전세금을 올리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큰 폭으로 올렸고,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함에 세입자들은 서둘러 전세 계약을 하면서 전세 시장의 왜곡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이상 급등한 전셋값은 역전세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④금리 인상
CPI(소비자물가지수) 급등에 놀란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불과 1년 만에 제로금리에서 5%가 넘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나자 세입자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눈을 돌렸고, 이상 급등했던 전셋값은 순식간에 하락하면서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이상 급등했던 전셋값이 금리 인상으로 하락하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가 생겨난 것이죠.
역전세난, 언제까지 이어질까?
역전세의 유효기간은 1년 정도로 예상합니다. 2021년 하반기에서 2022년 상반기까지 전세 거래 총액이 300조 원이 넘을 정도로 이상 급등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2022년 하반기부터 줄어들고 있는데요. 2024년 하반기부터는 적어도 아파트 전세시장은 상당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금리와 정책입니다. 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의 인상 폭에 따라 한차례 정도 추가 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과 같이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4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집값을 자극하는 부동산정책은 최대한 배제할 것입니다. 전세 시장을 뒤흔든 역전세는 1년 정도 한시적인 문제로, 2024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흐름을 회복할 것입니다. 또, 역전세만 1년 한시적으로 DSR을 완화해 주는 정책도 시행되면서, 역전세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졌습니다.
필요해서 구입하는 내 집 마련은 언제나 정답입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3년 이상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라면, 지나친 걱정보다 자금에 맞춰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청약 조건이 좋은 분들은 뉴:홈 사전 청약과 같은 유망 청약 단지에 적극적으로 청약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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